제약회사 사무직 아르바이트 도전 #1

 2020.06.29(월)부터 2020.7.10(금)까지 2주간 제약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일은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SOP는 작업을 수행하는 절차를 문서로 정리해 놓은 것을 말하는데 나는 이번에 새로 만들어지는 생산라인의 제조 절차와 포장 절차를 꼼꼼히 문서로 작성해야 했다.

물론 내용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나는 준비된 SOP의 내용을 MSword를 이용해 해당 제약회사의 양식에 맞게 만들어내는 업무를 했다.

첫 출근은 월요일이었지만 지난 주말에는 엑셀을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낡고 오래된 엑셀 실력을 살리기 위해 유튜브에서 엑셀 실무함수 영상을 보면서 엑셀 함수를 익혔다.

대망의 첫 출근날!
뭐든 처음에는 떨렸다.

첫인사부터 첫대화, 첫일, 첫점심… 새로운 일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처음이 어렵다.

그런 내가 이 하루에 몇번의 처음을 경험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감사하기는 처음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여전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MSword를 사용해 SOP를 작성하는 업무를 할당받은 나는 조금 아쉬웠다.

지난 주말에 나름대로 열심히 엑셀을 공부했기 때문이다.

MSword보다 한글 2010에 더 익숙해진 나는 업무 첫째 날, 둘째 날엔 MSword에 적응하느라 시간을 좀 들인 것 같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업무 내용에 적응해 제법 할 일을 다했다.

어렸을 때 ITQ 한글, PPT, 인터넷, 엑셀, 포토샵 등등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그때 컴퓨터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만지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

회사에서 받은 레모나

내가 일한 제약회사는 경남제약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레모나를 만드는 회사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부장님이 주셨다.

레모나를 먹으면서 하니까 입이 즐거워서 머리도 손도 빨리 도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잘 알고 있는 그 상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내가 일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고 그 신기한 감정이 더 와 닿는 순간이었다.

번외의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현재 레모나의 광고 모델이 BTS인데, 외국에서도 BTS가 프린트된 레모나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 1~5일째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과업을 부여받으면 빨리 끝내고 싶은 성격이라 그런지 처리해야 할 목표가 생겨서 해야 할 일만 한 것 같아.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인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SOP 작성을 마치게 되었다.

그래도 아르바이트 계약기간이 2주여서 다른 일을 맡았다.

다음으로 내가 맡은 일은 공장도면을 그리는 것을 마무리하고 완성된 공장도면에 길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영화관에서 영화가 시작되기 전 피난이라고 표시해 주는 영상과 비슷한 느낌이다.

공장에는 사람이 다니는 길과 물의 동선이 있는데 그 길을 표시해 놓은 이미지 파일을 만드는 일을 했다.

일하는 시간인데…핸컴타입학습

내가 2주 동안 해야 할 일을 1주일 정도 만에 다 끝내 버리고 다른 새로운 업무를 맡기도 했는데 가끔은 다른 새로운 업무를 맡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있기도 하고 그런 시간에는 한컴타자 연습을 했다.

그래도 업무시간인데 인터넷 하기는 좀 그렇고. 휴대하기도 좀 그러니 스스로 생각해 낸 최종 절충안이 한컴 타자의 연습이었다.

한컴의 타이핑 연습 자체가 제공하는 문학작품을 타이핑하며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업무시간에 소설 읽는 듯한 효과를 내 흥겨운 순간이었다.

아쉬웠던 것은 동백꽃 메밀꽃 필 무렵을 다 읽지 못한 일이다.

두 작품을 다 읽으려면 50페이지를 입력해야 했지만 늘 6페이지쯤이면 부장이 일을 맡겼다.

이번에는 그냥 책으로 봐야겠어. 동백꽃을 꼭 다 읽고 싶었는데.

마지막 일

일하다 보니 어느새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이 되었다.

시간은 정말 빠르다.

2주간 일하면서 부장님으로부터 이런저런 말을 들었다.

인생에 대한 조언, 그저 여러가지 지식, 사는 이야기 등등.. 그냥 유튜브를 보듯 부장님의 콘텐츠를 즐겁게 소비하며 나에게 축적한 것 같다.

아무것도 녹이지 못하지만 유리만 녹이는 불화수소 이야기, 모든 것을 녹이지 못하는 산성류 이야기, 두꺼비 표면에 있는 부파린이라는 독 이야기, 세상에서 짠맛을 내는 것은 소금(NaCl)이 유일하다는 이야기, 대형마트에서는 농산물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없다는 이야기, 제조공정 이야기, 부장님의 인생 이야기 등. 부장님의 이야기는 인생 이야기로 가득해 대가 없이 그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지혜를 익힌 것도 이번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은 것이다.

사실 나보다 인생을 더 오래 산 그들의 지혜란 참으로 아름답다.

자신의 삶에 대한 다양한 선택을 통해 지금에 도달하고 있는 그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 삶의 여러 모습에 대한 자신만의 대처방안을 마련해 놓은 것 같다.

부장님으로부터 내가 가장 배우고 싶었던 삶의 자세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 자신에 대한 신뢰와 대담함이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멋진 인생을 산 줄 알았다.

자기계발에 대한 갈망, 회사 발전을 위한 아낌없는 노력을 실천하며 살아온 그분의 모습이 멋졌다.

계속 갈망하고, 갈망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전이라도 맞는 내가 되고 싶다고 2주 동안 몇 번이나 생각했다.

마지막 퇴근길 버스와 깨끗한 하늘

늘 점심을 먹으며 정이 들었는지, 작은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서인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니 왠지 아쉬움이 남았다.

이 감정의 이름을 뭐라고 지어야 할지 몰라 일단 아쉽다고 지었다.

마음적으로 조금 힘들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전체적으로 정말 좋은 2주의 경험이었다.

집 앞에서 찍은 예쁜 하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순간이 행복에 물든 것은 아니다.

그래도 많이 배웠고 느낀 점은 분명했다.

인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배우고 무엇보다 인생의 지혜를 엿보고 온 듯한 2주의 아르바이트였다.

이로써 이번 도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마지막이 행복의 감정이어서 더 감사하다.

이번에는 어떤 도전을 하게 될까.